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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 사리아] 3일차 : 에이레쎄-멜리데(22.14㎞)해외 2025. 2. 6. 13:05
뒤척뒤척-
피곤 할 법도 한데 알베르게의 무법자들 덕분에 잠을 설친 날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음주+고성방가를 즐기던 순례자그룹...
조용히 해달라는 다른 순례분들과 싸움도 나는 듯 해 보였고, 그래서 조금 불안해 잠을 설쳤다.
그래... 순례길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 매너인들만 모이는게 아니다.
알베르게에 침대와 침대사이가 많이 좁아서 조금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짐을 들고 내려와
1층 식당에서 가방을 정리했다. 새벽이지만 썬크림을 바르고, 자연스럽게 유리문앞에 서서 대기를 했다.
첫날부터 시작된 인증샷은 3일째가 되자 말을 하지 않아도 의식처럼 자연스러워졌다.
3일차가 되자 몸이 적응을 했는지, 걷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5km정도 가서 미리 정해둔 바에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이 곳도 덕질포인트 중 한 곳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며 즐거웁게 걸었지만, 역시나 아직은 어두컴컴한 새벽이라 오픈 전이다.
그래....우리가 너무 일찍 출발했지.....그랬구나.... 우리가 너무 열정적이었네...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주춤거리면 뭐하겠어 일단 갑시다! 하며 다시 힘차게 걷는다.
그래도 못내 아쉬웠는지 우리의 부지런함을 농담삼아
"이정도 열정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갔을텐데"
"이정도 열정이면 ~ 했을텐데" 라는 시리즈를 한참동안 만들며 웃어댔다.
70km 구간이 깨지고, 앞자리가 6까지 내려왔다.
캄캄한 와중에도 사진을 찍겠다며 후레쉬까지 비추며 사진을 찍었다.
역시 남는건 사진밖에 사진뿐!!!!!
다시 새소리가 들리고 구름이 우리를 감싸면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잠깐 멈추어서 주변의 공기, 분위기를 느끼며 휴식을 취했다.
"와- 확실히 심장이 덜 힘들다. 체력이 좋아진게 느껴져. " 라는 함쓸의 말에
"맞아! 첫날보다 숨이 덜 차! 그동안 내가 이런 몸뚱아리로 살았단 말이야?" 라며 격하게 동감했다.
Igrexa de San Tirso de Palas de Rei
해가 뜨고 팔라스데레이에 들어섰다.
많은 순례자들이 숙박으로 머무는 큰 도시이지만,
우리는 이곳을 지나쳐 더 갈 계획이다.
성당에 잠깐 들어가 짧은 기도를 하고 쎄요도 받았다.
어쩌다 보니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기까지 10km정도 걸어왔다.
이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덕질 포인트였다.
(jtbc 같이걸을까 7회 쭌 식사장면)
크로와상이 마치 통째로 튀긴 닭 🍗 처럼 컸다.
둘이 나눠먹어도 될만큼!
함쓸과 나는 어딘가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편(?) 이어서
쉼도 다른 순례자들의 비해서 빠르게 끝난다. 그렇다고
서두르는것도 아니었다. 이정도면 중간 쉼으로 적당하다 싶을때 눈이 마주치고 일어날까? 하고 묻는다.
둘다 무언가 다 끝내놓고 쉬고싶은 맘이 같았나보다.
날이 밝고나니 길 위에 순례자들도 많이 늘어다.
온몸으로 이쪽입니다 하는 동상을 보고 모두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벌써부터 기대반 아쉬움반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 이제 일정이 반정도 밖에 안남았네
자연이 만들어준 숲 터널.
순례길에서 자주 만나는 숲 터널은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고,
아스팔트 길 보다 걷기가 편해서 빠르게 걸을 수 있지만
일부러 천천히 걷게 되는 구간이다. 서로가 사진을 찍어주지 않으면 내 사진이 별로 없는게 함정.
오늘도 역시 엉따타임 인증샷!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라는
명언도 적혀있다. 그리고 고양이도 엉따타임!
그렇게 또 한참을 걷다가 마을에 들어섰다. 오늘은 다른날에 비해 마을과 마을사이 구간이 짧았다. 한동안은 마을을 계속 걷기도 했다. 산티아고가 훨씬 가까워졌다는걸 자연스럽게 느끼게된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한글! 너무나 반갑다.
오늘은 이곳에서 식사를 꼭 하자며 벼르고있었다. 맞다 이곳도 역시 덕질 포인트다. (이번 순례는 순례자 +덕후모드)
우리가 “여기다!”하고 반가워 하니 주인아저씨가 이리와보라며 손짓을 했다. god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을 보여주셨다.
하하하 우리 너무 신난거 티나나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멤버 둘(덴우)가 먹은 피자와 샐러드를 추가주문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아저씨께서 식탁에 앉아있는 우리 둘 사진을 찍어주셨지만 아저씨 손가락이 많이 나와 쓸 수없는 사진이 되었다
화덕으로 구운 피자는 다양한 향이 퍼지는 건강한 맛(노 자극적) 이었다. 주인아저씨께서 부엔까미노! 라도 하시며 디저트로 산티아고 케익도 함께 주셨다. 기분도 좋고 맛도 좋은 시간!
다시 길 위다.
순례길 위에서는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생각을 하다 하다 태어난 후 나의 최초의 기억,
엄마, 아빠에 대한 첫기억, 그리고 어릴적 같이놀던 친구들,
어릴때 좋았던, 슬펐던 상처까지 기억에 닿게된다.
그러다보면 어떤 상처들은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럴 수 있었겠다 싶은 이해가 생겨 마음이 자연치유가 되기도 한다.
함쓸과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사건들을 이야기 하며,
그동안 잘했다 고생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환갑때도 같이 철없이 놀자등등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걷는데 옆에서 무언가 툭! 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예쁜 사과였다.
우와 내가 지나가는 길에서 이렇데 예쁜 사과가 하필 지금 떨어지다니!! 운명같은 만남, 동화같은 장면이라며 즐거워 했다.
순례길에서 꼭 먹어야 하는 납작 복숭아!
당도가 정말 높아서 에너지 충전 퐉!!
한번 맛본사람은 자꾸자꾸 손이 간다.
우리가 걸을땐 끝무렵이라 복숭아 상태가 너무나 아쉬웠다.
다음 순례때는 더더 많이 먹어야지이이이
앉아서 복숭아도 맛보고 성당에도 들렀다.
가톨릭 신자라 성당에 들러 그때그때 생각나는 감사와 청원기도를 드리면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마음에 위안이 된다.
나무잎이 나비가 앉은 것처럼 나풀나풀 예쁘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그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영상을 찍을걸! 하고 아쉬움이 남는 나무다.
가을이라 그런지 밤송이들도 많았는데, 나중에 포트에 끓여먹을 생각에 예쁜 밤들을 골라 종종 주머니에 채워 넣었다.
멜리데로 들어가는 길은 동화같이 예쁜곳이 많았다.
가다서고 가다서고 하면서 유독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멜리데 초입부터 마을 중심 알베르게가 있는 곳 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확실히15km까지는 무난하게 걸을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 20km 구간은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다.
게다 마을 골목에서 조금 헤매는 바람에 더 지쳤다.
다리를 빼서 다시 끼우고 싶을때 쯤 도착!
우리의 모찔라 도스! (가방 2개) 잘 도착했다.
공립알베르게 옆에 있는 순례자 안내소에 보관이 되어있었다.
문명이다 문명!
샤워를 마치고 세탁실에 모여 빨래를 돌리기로 했다.
사용법을 잘 몰라 우왕좌왕 하는 중에 많은 순례자들이
우리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관심과 집중 넘나 부담스러운데ㅋㅋ
우여곡절 끝에 세탁기가 돌아가고 모두가 환호를 외쳤다!
동네한바퀴!
그렇게 걷고도 씻고나면 조금 한결 마음도 가벼워지고 피로도 풀려서 동네한바퀴를 하고온다. 특히나 젤라또를 먹겠다는 의지로 불타있었다. 무슨 맛을 먹을까 가게로 가는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망고&헤이즐넛!
동네한바퀴를 마치고 마트에 들렀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 배는 안고프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배가고플까 싶어서 주섬주서 몇가지를 사들고 알베르게로 향했다.
빵빵빵빵 계속 빵을 먹게되서 빵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집어오게되는 빵
남으면 아침에 먹고 출발하지 뭐!
P.S 멜리데에서는 뽈뽀(문어요리)를 먹어야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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