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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 사리아] 2일차 : 포르토마린 - 에이레쎄 (17.18㎞)
    해외 2025. 2. 5. 12:44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아니 아직 어두운 새벽이다.

    어느 누가 일찍 출발해야한다고 야단치는것도 아닌데,

    오늘도 함쓸과 나는 소리없이 눈을 뜨고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다른 순례자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탓에 가방 지퍼를 여는것도 많이 신경쓰이고 조심스럽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짐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공기 부터가 다른 새벽. 크게 숨을 한 번 들이키고 나면 괜히 기분도 좋고 힘도 난다.

     
     

    새벽 출발의 장점은 바로 그림자 놀이.

    앞도 옆도 잘 보이지 않아 묵묵히 걸어가게 되지만, 이것도 나중에 사진으로 보면 재미있고, 그립겠지 하면서 나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평소 여행할때도 내가 나온 사진을 많이 안 찍는 탓에 다녀와서 사진을 볼 때면 항상 후회를 한다.

    역시나 이번 산티아고도 그랬다. 나름 찍었지만.....아쉽고 아쉬운 사진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산을 오를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생각보다 더 산이네? 하는 구간이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너무 일찍 출발했나? 산짐승을 만나는건 아닌가? 하는

    조금의 무서움을 이겨내면서 어두컴컴한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면서 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순례 중 이 시간도 정말 행복하고 기분 좋은 포인트다.

    해가 뜨면서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뭔지 모를 성취감과 뿌듯함이 생긴다.

    아마 새벽부터 출발해서 넘어오지 않았으면 많이 지쳤겠다 싶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구름이 감쌓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지만,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산길에서 내려와 곤자르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만나 카페테리아.

    아직 이른 아침이고, 문을 연 가게가 없을 때는 열린가게를 보자마자 고민 말고 들어가야 한다.

    언제 또 문 열린 가게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아침을 먹기까지 8km 정도를 걸어왔다. 첫날보다 걸음이 조금 빨라진것 같은 느낌.

    어제 저녁에 포식을 한 덕에 아침은 메뉴 1개(베이컨&프라이) 를 주문해서 나눠 먹기로 했다.

    우리는 두시간이나 걸어왔지만, 곤자르에서 숙박을 하고 이제 막 출발하려고 나온 순례자들로 식당안이 금방 채워졌다.

    해가 완전히 뜨고 나면, 엉덩이가 따뜻해지는 엉따 타임이 온다.

    그림자를 보면서 걷게되고, 엉덩이가 따뜻해서 체온이 좀 더 올라간다.

    새벽의 찬 기운들이 다 날아가고, 아~ 딱좋다~! 하는 시간이다.

     
     

    순례길중 가장많이 보는 옥수수밭, 그리고 가을이라 볼 수 있었던 밤송이.

    땅에 떨어진 밤을 몇개 주워서 포트에서 끓여먹어야 하지고 주머니에 챙겼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밤들.

    그리고 수국은 의외의 만남이었다.

    켜켜이 쌓인 돌담과 화살표가 너무 이뼈서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한 컷!

    별게 아닌데도 다 이뻐보이고, 좋다.

     
     

    산티아고 길에서 종종 멍멍이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어떤 개들은 길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가끔 등산스틱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개들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사람을 보고 짖는 개를 만났을때는 스틱사용 자제!

    보통은 순딩순딩한 시골개이다.

     

    나무가 너무 이쁘게 뻗어있어서 한참 서서 사진을 찍었다.

    순례길은 숲을 많이 걷다보니 하루종일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도 눈에 피로감이 별로 안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피톤치드의 힘인가?!! 하면서 누릴 수 있을때 많이 누리자며 숨을 더 깊게 깊게 쉰다.

    아직 이틀 밖에 안됐지만 내가 그동안 숨을 정말 코와 목근처에서만 헐떡이며 쉬고 있었구나 느끼게 된다.

    맑은공기가 폐까지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 좋다 좋아 시원해-

     
    Previsa, 27568 Ligonde, Lugo, 스페인

    Previsa, 27568 Ligonde, Lugo, 스페인

    오늘 걷기로한 17km 중에 14km정도를 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할 겸 바에 들렀다.

    역시 낮엔 콜라~~~!!! 얼음을 달라고 하니 레몬이 담긴 잔을 주셨다. 와우

    그리고 같이 먹은 산티아고 케익과 포테이토 또르띠아!

    주문한 음식을 들고나와 자리에 앉자 또 벌&휘파람 그친구들을 만났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껄ㅋㅋㅋ)

    올라~!

    그렇다 우리는 새벽 일찍 출발 했음에도 불구하고 걸음이 느려서 금방 따라 잡혔다. 껄껄껄.

    바에서 나와 길을 나서는데 독일의 한 청년이 다가오더니,

    너희는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어디 아프니? 라고 물어봤다.

    대화가 잘 되지 않아서 번역기를 사용해 대화하는데-

    - 코가 안 좋아서 (비염때문에)

    - 왜 코가 안좋아 이렇게 공기가 좋은데?

    -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ㅋㅋㅋ에라 모르겠다. (번역기에 대고) 코가 시려워서

    - 번역기 : 코가 싫어서

    - 독일청년 ???????

    - 쏘리.......

     

    2019년이고 코로나 사태 이전이었지만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비타민을 꺼내 둘이 나눠 먹었다.

    아마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 순례자들이 있었던것 같다.

    유럽에서는 환자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탓에 아마도 우리를 환자들로 본 것같다.

    (시한부 환자 쯤으로 봤을까...??)

    게다가 사이좋게 약통에서 비타민도 꺼내 나눠먹었으니, 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하하하

     

    라곤데를 지나 에이레쎄까지 금방 숙소에 도착했다.

    흠- 그런데 숙소가 생각보다......흠흠

    공립알베르게였으나 상태가 .... 어두 침침하고, 침대도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순간 둘 다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친구도 나도

    내가 어쩔 수 없는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라서, 불평하면 무엇하랴 하고

    최대한 볕이 드는, 창가와 가까운 침대로 자리를 잡고 샤워를 마쳤다.

    그래도 1층은 주방과 식탁이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잠이들기 전까지 수다떨며 보낼 수 있었다.

    서울을 떠나온지 삼일이 지났으니 이제 한식을 좀 먹어볼까? 하고

    햇반과 김, 고추참치로 1차를 맛있게 처리했다. 너무나 반가운 한식

    이제 나이가 들어 3일이상은 버티기가 힘들다 ㅠ_ㅠ

    20대때는 한달씩도 버텼는데.........하..........

    1차 식사가 끝나지만 둘다 아쉬움에 젓가락을 내려놓지 못하고....

    뭔가 아쉽지....?? 라면??

    그래그래 먹자먹어 다먹어버리자~~~~ 하면서 라면을 끓였다.

    그래....이맛이지~~~!! 크아~~

    숙소가 안좋았지만 에이레쎄의 추억은 한식+라면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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