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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 사리아] 4일차 : 멜리데-까예(21.79㎞)해외 2025. 2. 7. 13:07
넷째 날 아침이다.
오늘도 침대가 있는 층에서는 순례자들이 깰까 싶어
짐을 들고 신발도 안신은 채로 까지발을 들고 식당으로 왔다. 이제는 걷는 동안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것이 불필요 한지 너무나 잘 안다. 가방을 정리하는 시간마저 많이 줄었다.
어제 마트에서 사고 다 못먹는 것들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포트에 물을 끓여 맥심 커피도 한잔 마셨다.
역시 커피는 맥심이지!
순례자 안내소 문이 닫혀있어서 짐을 밖에다 두고 떠나는 마음이..... 다른 날보다 불편하고 무겁다.
‘괜찮겠지 없어지지는 않겠지? 다음 알베르게로 안오면 어쩌지? 누가 봉투에서 돈만 빼가면 어쩌지?
아니야. 지금껏 잘 받았으니, 나쁜생각 하지말자! ‘
부디 잘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길을 나선다.
그러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서너번이나 뒤돌아 보며 '꼭 다시 만나자~ ' 하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것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한것은....사치스런 거짓말 인가보다 껄껄껄)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그동안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하니 순례자도 없고 너무 어두워서 안되겠다 싶어 다른 날에 비해 일부러 한시간 정도 늦게 출발했다. 그 덕분에 멜리데에서 본 일출은 그 어느 날 보다 예쁘게 기억에 남는다.
4일차 중 가장 날이 맑았고, 안개도 낮게 깔려서 주황빛으로 물드는 주변이 정말 예뻤다. 주변에 숲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걸어서 세계속으로, 동물의 왕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나올법한 그런 장면이었다.
"어 지금 딱 영화 라이온킹 느낌이다!”
“나~주평야 발바리치와와 ♬"
“왜냐하면~ 왜냐하면~”
‘쿵’ 했는때 ‘짝’ 해주는 친구가 있는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원곡 : Circle of Life / 영화 라이온 킹OST / 가사 Nants ingonyama bagithi Baba )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고, 코가 뻥 뚫린다. 아직 가을이라 가끔 만나는 단풍들도 이쁘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갈 수록 걸음 걸음에 아쉬움이 생긴다.
사리아부터는 하루에 꼭 2개 이상 쎄요를 찍혀야 한다니, 성당에 부러 들러서 도장을 찍었다. 하루에 2개이상 쎄요를 받는건 어렵지 않다. 레스토랑, 바, 성당,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까지.
길가에 줄기째 나뒹굴고 있는 민들레씨를 발견했다. 그걸 들고
“선생님. 민들레가 왜 민들레인줄 아십니까?” 라고 물었다.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라…“
와하하하하 단번에 알아들어 줘서 너무 고맙고 또 신난다.
작은 꽃씨하나로도 나아가는 방향은… 어쩔 수 없나보다.
"선생님, 민들레가 왜 민들레인줄 아십니까?"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꽃이라 해서 문들레, 그래서 민들레가 되었답니다…”
영화 말모이 류정환役 윤계상 대사 中
그러다 어렸을때 민들레씨를 들고 막 뛰어다니던 기억이 소환됐다. 민들레씨를 후후 불고 눈이 따갑다고 눈을 비비며 울던 기억도 떠올라 두 눈을 아주 꼭 감고 기분 후후 불어봤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
오늘은 속도를 맞춰 걷던 다른날에 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순례길에 오기 전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에서 많이 멀어지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속도로 걷자고 했었고, 너무 힘들면 꼭 말하자 라고 이야기 해뒀던 터라, 첫 순례인 함쓸에게도 혼자만의 순례 시간이 필요할거라 생각했다. 나중에야 알게됐지만 친구의 다리 컨디션이 좋지 못 했던것 같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방해가 될까 싶어 말을 안 한 듯 싶다. 배려의 아이콘 햄쓸님 🥺😭
몇번의 오르막을 쎄게 치고 편안한 길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치고 힘들 때 쯤 만난 곳. 오늘의 덕 포인트이기도 하다.
Castaneda CruceCastaneda Cruce, 15819, La Coruña, 스페인
같이걸을까 8회 (00:49:30)에 나오는 bar다.
출발한지 거의 2시간 만에 먹는 아침식사! 이 아침을 먹기위해 8km 조금 넘게 걸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어렵게 주문에 성공했다 생각하고 다른 메뉴들을 먼저 먹고 있는데 우리가 기다리던 포테이토 또르띠아가 나오지 않아 여쭤보니 주문 누락 상황이 발생!! (계산도 포함안된 상태)
아쉬워 하던 찰나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또르띠아를 가져다 주셨다.
“이거 때문에 여기 온거라 못 먹게 되는 줄 알고 아쉬웠는데 좋다!” “맛있다” 하며 금세 행복해 졌다. 추가계산을 하려고 했으나 미안하다며 돈을 받지 않으시는 사장님ㅜㅡㅜ
아니 이게 무슨일인가요~~~!!! 맛있게 먹은것만도 감사한데
4일차 엉따 타임! 아직 아침 10시 13분 인데… 해가 이렇게나 따숩고 강렬하다. 가을인데도 말이다.
‘아… 나 첫 순례는 여름 날씨 였는데 어떻게 걸었지??’
그 뒤로 사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열심히 걸었다.
장거리를 걸을 땐 확실히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힘들다.
고지를 바라보고 온 힘을 다해 오르면 텐션도 올라가고 성취감도 생겨 뿌듯한데, 내리막은 다리에 힘도 풀리고 기분도 조금 차분하게 다운되는 터라 더 빨리 지친다.
Pensión-Restaurante O RetiroRúa Lugo, s/n, 15810 Arzúa, A Coruña, 스페인
요기를 하고 걷기 시작한지 한시간 조금 넘었을 뿐인데 많이 지쳤다. 오르막 내리막도 많이 있었고, 햇볕도 뜨겁고 여러가지가 지치게 했다. 그렇게 점심을 하기위해 식당에 들렀다.
먹을 음식를 둘러보니 또 샌드위치다. 빵빵빵 빵빠라빵빵빵-
밥을 먹으면서 오늘 유난히 더 지친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다
아직 오늘 가야 할 길이 9km나 더 가야한다 힘을 내보자!!
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스페인 내륙지역은 습도가 낮은편이라 한 여름에도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함이 느껴지는데, 점심식사 이후, 한 낮에는 이런 숲길을 만나는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숲속에서 만난 쎄요!
마을을 꼬불꼬불 돌고돌아 걷다가 한참만에 알베르게를 지나친걸 알게되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역방향으로 다시 되돌아와 도착한 숙소!
A Ponte de Ferreiros, 1, 15824 Outeiro, La Coruña, 스페인A Ponte de Ferreiros, 1, 15824 Outeiro, La Coruña, 스페인
너무 힘들었는지 숙소사진은 하나도 없다. 분명 찍었던거 같은데...?? 머선129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쉬다가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불이꺼진 방에서 창가쪽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우리는 아무생각없이 쉬는 중이었는데-
(사진출처: Google 지도 손지혜님 게시건)
한 순례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흠칫 놀라며
심장을 부여잡고
“왓..더…. 귀신이야 사람이야??”
“앗….미안”
“너희 귀신인줄 알았어!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안ㅋㅋㅋㅋㅋㅋ”
우린 그냥 쉬고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또 에피가 쌓인다.
저녁은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로 먹었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샐러드를 와구와구 와구와구 먹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까지!!
항상 잠들기전에 어디까지 걸을지 계속 상의하면서 보냈는데,
계속되는 ‘아니면’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들었다.
그러다 내일은 캐리어는 산티아고 숙소로 미리 보내고
배낭도 내일 도착지까지 보내서 가볍게 멀리까지 걷자! 라고 결론 내렸다. 가방을 새로 정리하고 4개의 짐을 3개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결정이 또다른 에피를 만들거라고 상상하지도 하지 못 한채 잠들었다.
이 숙소에서 가장 기억남는 건!!
매트와 이불이 너무너무 푹신해서,
내 방에도 이런 메트리스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순례길을 걷게 되면
여기는 꼭! 들러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부디 그 푹신함을 유지해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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